결혼준비

예비 사위의 편지 ep 1. 시작합니다.

팝콘브로 2023. 8. 22. 01:52

내가 느낀 감정의 끝이 결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한 켠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느 걸 깨달을 때 쯤
만나게 된 사람으로 인해 변하게 된 내 모습이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추석을 앞두고 너무나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를 가져야한다 (물론 여자친구에겐 내색하지 않았지만). 하나 뿐인 딸과의 인연을 더 깊게 이어나가겠다 공언하는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사랑과 전쟁의 유치한 대사를 하고 싶진 않았다.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게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봐온 인생의 연속은 이런 일방적인 마초이즘에 기반한 진정성 부족한 멘트가 아니다.
누군가는 억울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만나건 본 사례는 아니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여자친구는 절대 모르게 나혼자 그래서 준비했다. 사위의 편지라는 제목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선배들이 어려워했던 주제 10가지를 꼽아서 내 생각을 미래의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물론 세월의 흔적과 임팩트는 개인적인거라 너무나 유치할 수 있지만 내겐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의 첫 소절을 시작하고자 한다.


서론 - 사위의 편지

중요한 약속과 결정은 말이 아닌 문서로 적는다는 저희 할머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익히지 못하신 한글로 명절이나 경조사가 있으면 손주들에게 꾹꾹 눌러 글을 써주시곤 했었습니다. 할머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앞으로 맞이하게 될 상황과 새로움 앞에서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그리고 '막내 사위’로서 처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아무쪼록 귀엽게 봐주시고, 글로 전하지 못한 생각과 고민들은 앞으로도 더 발전시키고 예지와 상의해 어른으로서 새로운 가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년

평범

강원도 춘천에서 나고 자라 평범한 1남 1녀 장남으로 자라왔습니다. 춘천은 작은 도시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어울림에서 반장도 도맡아하고 어린이 회장도 맡아하는 등 활발한 학교 생활을 지냈습니다. 친구들과 방과 후 운동도 하고 방과 후에 함께하는 시간이 아직도 아련하게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무척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뢰

학업 성적이나 미래 진학에 대해 부모님은 제게 많은 것들을 위임하셨습니다. 다만, 대학생활을 비롯해서 학업 성취도와 관련되어서는 서울에서 학업을 진행하길 희망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학업 성취도가 좋지 못할 때면 부모님에게 실망을 시켜드린다는 마음에 많이 고민하고 도전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도전

전 대학을 24살에 1학년에 입학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로 진학을 하기 위해 강원도에서의 대학생활을 중단하고 군 입대 후 수능을 치뤘습니다. (그래서 제 학생증 사진은 4년 내내 군복을 입은 사진입니다) 대학입학은 수험생의 공통된 관문이기도 하지만 제겐 좀 더 긴 노력과 도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립

대학 입학이 늦어져 네살 터울인 여동생과 동시에 대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진 못했기에 대학생활부터 본의아니게 자립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는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잘 마쳤고 학자금 대출 역시 전부 상환 했습니다. 당시에는 힘들거나 아쉽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요즘은 가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걸 보면 저도 철없는 자식인 것 같습니다.

결혼

행복

아버님 어머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결혼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건 물론 축복받고 하나님의 이치를 따라 둘이 하나 되어 선을 행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결혼 자체가 행복을 물어다주는 파랑새는 아닐거라 믿습니다.

포기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분명 포기해야 할 시간들과 결정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때론 포기하는 과정과 결과에 서로 마음아파 잠못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결혼 자체는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얻으려는 것이 아님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이해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하나 되어 삶을 살아 갈 땐 기대하고 바라기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제 부족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힘들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저의 행복과 예지의 행복이 같은 방향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맞춰가겠습니다. 기대하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결혼생활이 아니 하나되어 생각하고 같은 기쁨에 웃고 아닌 일에 슬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쁨

예지와 함께하는 시간에서의 기쁨이 온전히 제 기쁨이 되길 기도합니다. 반대로 제가 꿈꾸는 기쁨이 예지의 기쁨과 일치하길 늘 살피고자 합니다. 결혼생활이라는 과정 속에서 작은 기쁨들을 쌓아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큰 기쁨으로 향해 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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